만덕산 백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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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 이야기

고추를 따러 갔다 왔습니다

 

 

고추를 따러 갔다 왔습니다.

요즘 고추 값 비싼 것 다들 아시죠? 한 근에 2만 원대를 호가합니다.

이런 젠장!

작년에 고추를 200근 샀는데 6천 원 정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백이십 만원! 그런데 올해는 작년 수준으로 하려면 4백만 원! 이게 말이 됩니까?

 

가만 있어봐.

말은 되지!

농민들이 구슬땀 흘려서 농사지은 것인데 흉작이 들어서 수요 공급의 법칙상 비싸진 것이니까 뭐 할 말은 없죠.

작년에 배추 값이 비싸 넉넉하지 않은 절 살림에 배추 사느라 힘들었던 뼈아픈 기억에 크지 않은 사찰 밭에 꼼꼼히 배추를 심었습니다. 배추 커 가는 것을 보면서 올해는 김장을 좀 저렴하게 하려나 흐믓했는데 이놈의 고추 값이 떨어질 기미가 안보입니다. 김장값 좀 아껴보려고 꼼수를 좀 썼는데 완전 예상 착오입니다. 매운 고추에게 한 방 맞았습니다.

 

 

 

 

 

 

어쨌든 고추 때문에 고민 중이었는데 신도 분이 고추밭에 고추를 딸 사람이 없다며 따서 가지고 가라고 고마운 말을 합니다. 날이 추워져서 서리가 내리면 그나마 있는 고추도 훅 가버린답니다. 듣던 중 반가운 말 아닙니까? 절 식구 총 동원해서 고추를 따러 갔습니다. 불행히도 그 넓은 두렁에 빨간 고추는 별로 없더군요. 그나마 간간히 보이는 빨간 빛에 흥분해서 고추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3시간 노동! ! 나는 농사는 못해. 넉 다운!

 

어제는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 10가마니 캐면서 넉 다운 당했는데 오늘은 고추 7가마에 넉 다운됐습니다. 주지스님의 제자로 친환경 농사를 하는 거사님이 했던 말이 사무칩니다. 귀농을 하려면 노가대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 쓸데없는 걱정도 해봅니다. 이렇게 힘든 농사일을 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 가버리면 젊은 사람들이 누가 와서 하려고 할까! 인구도 줄어드는 판에 시골의 이 넓은 밭들은 누가 부쳐 먹을까!

 

토굴에 사시는 김주정 거사님은 이제 농사도 대형화되고 전문화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고추농사 짓는 사람은 고추농사만 짓고 고구마 농사 하는 사람은 고구마 농사만 지어서 유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 없는 농촌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죠.

어쨌든 힘들게 농사지은 고추밭을 우리에게 허락해준 이강배, 백연화 두 부부에게 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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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일담

등록일2012-10-28

조회수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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