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다설에 아무도 없이 혼자 앉아 있었다.
차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맛도 멋도 모른 체 이사람 저사람 하는양 멍하니 쳐다보다가 보는눈이 없어 부끄럼이 없다고 여겨질때 세작을 우려봤다. 물 온도 조절이 되지않아 재빠르게 숙우에 차를 넘겨 찻잔에 따르니 하얀바탕에 엷은 연두빛이 제법 예뻤다.
정좌를 한 체 따뜻한 찻잔을 들고 한입 머금으니 미각이 하찮아 무슨 맛인지 모르겠으나 견과류와 비슷한 고소한 맛이 난다고 느끼며 무심코 창밖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보니 손에 들은 찻잔의 남은 차는 식어가는데 입안에 머금은 고소한 향은 그대로고 창밖의 백일홍의 분홍빛은 만개해 있었으며, 저 멀리 강과 같은 바다는 제길따라 흐르고 있었다. 아무생각없이 그렇게 앉아 있었던게 얼마만이던가.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다 오늘 각인시킨 저 광경을 세작을 마실때마다 달콤한 다식삼아 내속에서 꺼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사계절 중 한계절만 봤을뿐인데 눈이 오고, 새싹이 돋고, 녹음이 짙을때 보는 맛은 또 어떨까. 사계절이 기대되는 광경을 본건 처음인지라 내 인생이 참으로 재미없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손으로 우린 차 한모금에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고나니 세상 그렇게 편안해질 수 없더라. 그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백련사에서 먹은 차맛은 나의 첫사랑이자 끝맛이고 평생 함께 할 소중한 기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