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완연하고
참으로 화창한 3월 어느날.
모두가 춘정에 겨워 계절을 만끽하고 있을 때
무엇엔가 푹 빠져 있는 한 남자를 보았습니다.
백련사 주지 일담스님입니다.
작비재... 이곳은 엊그제 이주한 일담스님의 거처.
이곳이 어수선한 이유는 스님의 집 단장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해달라고 시켜도 되겠지만
스님은 손수 문지방을 넘나들며 재고 톱질하고 얽힌 실타래를 풀며
무척 분주합니다.
마치 레고 놀이에 빠진 아이처럼...
뜨락에는 봄처녀 유혹하듯
막 꽃 봉우리를 터트리고 부풀어 오르는 매화도 있는데...
스님은 눈길 조차 주지 않고 스스로 손놀림에만 취해있는 모습이
차라리 엄숙하여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뜨락에 매화나무 하나,
그곳에 사는 스님 한 분.
참으로 고즈넉한 곳.
명당, 작비재에 입주하신 일담스님의 영전을 축하드립니다.
written by 유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