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산 백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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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 이야기

묘향대

 


 

어느 더벅머리 청년이 전국의 산을 다니다 지리산 묘향대를 찾았다. 
묘향대에 살고 있던 스님은 지독한 선승이라 가끔씩 오는 등산객도 호통을 쳐서 쫓아내시는 분이다. 삶에 지쳐 인생의 길을 찾아 헤매던 이 청년이 안쓰러워서인가! 스님은 처음 보는 이 청년을 하룻밤 머물게 했다. 

칠흙 같은 밤! 호롱불에 의지해 가물가물한 선승의 옛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스님이 머물기 전에 먼저 10년 공부를 하고 내려간 스님이 계셨다. 그 스님은 결혼생활을 하다 인생의 덧없음을 느껴 출가해서 묘향대에서 치열한 10년 공부를 시작하셨다. 그 스님에게는 큰딸과 아들이 있었는데 하늘의 인연은 어떻게 쉽게 끊으래야 끊을 수 없었던지 두 아이가 가끔씩 아버지를 뵐러 묘향대를 오르곤 했었다고 한다. 겨울철의 묘향대는 눈이 내리면 산길이 끊어져 버린다. 

묘향대에 사는 스님에게 겨울철은 그야말로 절대의 고독과 마주 앉아 내면으로 내면으로 끊임없이 침잠해 들어가는 계절이다. 혹여 감기라도 걸리면 누구 하나 보살펴 주는 이 없는 산중의 토굴이기에 어떻게든지 아프지 않기 위해 몸을 보호하는게 큰일이다. 
그렇게 한철 몸은 갇혔어도 내 안의 자유는 자꾸 자라 진리의 열망과 함께 자신을 불태운다고 한다. 봄이 되어 뭇 생명이 다시 숨을 내쉴때 끊어졌던 산길도 수줍은 듯 조금씩 문을 연다. 

그제서야 봄 식량을 구하러 산길을 더듬 더듬 흔적을 쫓아 내려가던 스님은 천둥같은 충격에 휩싸인다. 
자신의 아이들이 산길에서 얼어 죽어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해 겨울 두 아이가 아버지를 본다며 산을 올라서 길을 잃고 헤매다 손을 꼭 잡고 얼어 죽은 것이다. 자식들의 죽음을 발견한 스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호롱불빛 아래에서 스님의 눈동자만 파랗게 빛난다.

"내가 등산객을 쫓아내는 것은 사람 오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혹시 그같은 일이 또 생길까 그런 것이네. 청년도 내일 일찍 내려가게."

말하면서 돌아앉는 스님의 모습은 한없이 냉정하다. 
- 아니 왜 그렇게 힘든 길을 가시는 겁니까? 아이를 잃은 그 스님은 어떻게 됐습니까?

"인생무상함을 느꼈다지."

더벅머리 총각은 조용히 웃는 스님의 모습에 더 많은 질문을 삼키고 말았다. 그런데 온통 궁금한 것이 꽉 차 있는데도 그냥 고개가 끄덕거려 지더란다. 왠지 이해는 되지 않지만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하고 긍정하게 되더란다. 
그 하룻밤 인연으로 더벅머리 총각도 출가해서 세상을 떠도는 수행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리산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숨어있다. 

 

 


천생연분을 만나 결혼을 하기도 하고, 산이 좋아 아예 산에 들어와서 산사람이 되기도 하고, 어떤이는 묘향대의 인연처럼 출가를 하기도 한다. 그 수많은 사연을 품고도 언제나 넉넉한 지리산 그 한 가운데에 반야봉이 있고 그 반야봉 아래에 묘향대가 있다. 
어느 토굴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묘향대 가는 길은 특별한 길이 없다. 길 없는 길을 찾아 걸어 들어가서 산허리를 감아 돌면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며 따사롭고 밝은 햇살을 마주하게 된다. 그 햇살 한 가운데 가파른 산기슭에 그림처럼 집이 얹어 있다. 

반야봉 주변으로 물이 없어 사람이 거처 할 수 없는데 유독 이곳에만 바위 틈새로 조금씩 석간수가 흐른다.
묘향대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신라시대때 화엄사를 창건하신 연기조사께서 주석하셨다고 하니 천년고찰인 화엄사의 역사와 다름이 없다고 보면 되겠다. 지금의 토굴은 수십년 전 화엄사의 큰스님이 직접 지었다고 한다. 이 토굴을 짓기 위해서 화엄사 스님들이 직접 목재를 지고 날랐다고 한다. 

걸어오기도 힘든 이 길을 목재며 공사도구를 들고 왔다고 하니 종교적인 신심이 아니면 엄두도 내질 못 할 일이다. 지금은 선방에서 공부하는 수좌들이 꼭 한번씩은 들려 용맹정진 하는 수행처가 되었다. 
지금도 묘향대 뜨락에 설라치면 그 스님의 호통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뭐하러 왔냐며 내려가라고 벼락치던 눈푸른 남자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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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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